핵실험이 무슨 소용인가. 인민들이 굶어죽는데

“핵실험이 무슨 소용인가. 인민들은 굶고 있는데….”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중국 최대 국경도시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18일 오전 만난 한 북한 무역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이번 핵실험이 잘못됐다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며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핵실험 강행으로 1994년부터 시작된 고난의 행군에 이어 ‘제2의 행군’이 시작됐다며 한숨을 쉰다”고 전했다.

단둥에서 동쪽으로 20㎞ 떨어진 명나라 유적인 후산창청(虎山長城) 아래 중국 영토와 북한 땅인 속칭 ‘지느러미’ 섬과는 강폭이 불과 2m에 불과하다. 이날 오전 후산창청 아래 강어귀에서 기다리고 있자 경비 중이던 북한 병사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담배를 건네자 “아버지!(연장자를 높이는 북한말), 인민폐(중국돈) 있습니까”하고 손을 내밀었다. 올해 20세라는 이 병사는 소총을 거꾸로 메고 단도를 허리에 찼지만 명찰은 달고 있지 않았다. 그는 핵실험에 대한 북한 분위기를 묻자 도리어 “남조선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라며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자신의 말을 아꼈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중국의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기는 했지만 주요 세관은 외견상 평온을 유지했다.

북한은 지난 17일 ‘타도제국주의동맹’ 결성 80돌(1926년 김일성 주석이 만주에서 조직했다는 최초의 혁명조직 결성을 기념하는 날)을 맞아 올해 이례적으로 18일까지 휴무를 단행했다. 북한은 예전에는 기념행사만 가졌지만 이번에는 핵실험 때문에 특별히 휴무에 들어가 핵실험과 관련한 대형 군중집회를 벌였다는 것이다.

신의주 세관은 평상시와 다름 없이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중국과 북한을 잇는 압록강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한 화물차들이 줄지어 단둥으로 건너왔다. 이들 차량은 대부분 빈 트럭이라고 세관 주변의 중국 무역업자들이 전했다.

오전 10시45분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화물을 가득 실은 중국 화물차량이 줄지어 신의주로 넘어갔다. 중조우의교는 일방통행이어서 양국이 1주마다 순서를 바꿔 상대방 세관으로 넘어가고 있다.

북한으로 건너가는 물자의 80%를 관할하는 단둥의 세관도 긴장속 평온함의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중국인 무역업자는 안보리 대북 결의 이후 거래는 오히려 평소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의 본격적인 제재가 있을 것을 우려해 오히려 평소보다 많은 물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다음주부터 중국이 통관품목을 제한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소문은 흉흉하고,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그 소문들이 무역업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전자·전기 제품의 반출을 중국이 금지한다거나 단둥과 훈춘 세관을 제외하고는 양국 국경지대를 잇는 세관이 모두 문을 닫았다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다. 한 조선족 무역업자는 “과거에도 전자·전기 제품은 중국 세관측이 까다롭게 굴었지만 그렇다고 압류 조치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조선족 업자는 “중국 정부가 지시를 내려 다음주부터 화학연료 등 일부 품목의 대북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정보를 세관 관계자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밀무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수출 금지 물자들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는 정보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단둥에 탈북자 전용 수용소를 만든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보도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탈북자 전용 수용소는 지린(吉林)성 투먼에만 있으며 단둥에는 구치소에 탈북자를 일시 수용했다가 북송하고 있다. 중국측 관계자는 매달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수십 명씩 북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둥에서는 밀수선을 타고 건너온 탈북자 다수가 중국 경찰의 단속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다. 친구 5명과 함께 최근 고향인 용천에서 단둥으로 왔다는 탈북자 김모씨(30)는 “랴오닝성 선양(瀋陽)에 살고 있는 아버지 친척을 찾기 위해 무작정 밀수선을 탔다”고 말했다.

단둥 도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둥강(東港)에 이르는 도로에서는 왕복 4차선 공사가 한창이다. 지린성 창바이(長白)현에서 출발해 단둥을 지나 다롄(大連)까지 이어지는 변경국도의 일부 구간이다. 이 구간의 5㎞에 높이 2m 남짓한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해 도로를 확장하면서 낡은 철조망을 새롭게 설치했다는 게 현지인의 설명이다. 그는 “탈북자를 막는다는 의도도 있겠지만 오히려 밀수선의 단속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