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간통법’ 무릎 꿇었다

집단 성폭행당한 한 여성이 온갖 수모를 이겨내고 벌인 투쟁이 성폭행 피해 여성에게 터무니없이 불리했던 파키스탄의 간통법 개정을 마침내 이끌어냈다. 파키스탄 하원은 15일 이슬람에 입각한 간통 처벌법인 후두드법 개정안을 진통 끝에 통과시켰다. 세계 인권단체들은 “여성 권리를 향상시킨 역사적 사건”이라며 환영했다. 이슬람 관습에 기초한 파키스탄의 후두드법은 성폭행당한 여성이라 할지라도 남성 증인 4명을 세워 성폭행 사실을 입증하도록 요구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되레 간통으로 처벌됐다. 결국 수많은 피해 여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것이 ‘전통’이었다.

무크타르 마이(34)는 이 ‘전통’에 맞섰다. 그는 2002년 펀자브 지방 남부 미르왈라 마을에서 12세 남동생이 지체높은 부족에게 말을 건넸다는 이유로, 마을 의회에서 ‘집단 성폭행’을 선고 받았다. 4명의 남자들이 그 ‘형(刑)’을 집행했다. 그는 옷조차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주민 300명의 조롱을 받으며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러나 마이는 자살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법정에 이 문제를 갖고 갔고,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마이를 지지해 들고 일어났다. 마이는 쇄도한 기부금으로 학교를 두 곳 세웠고,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들의 애들도 학생으로 받았다. 마이는 파키스탄 여성 인권의 ‘상징’이 됐다. 작년 10월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마이는 “나 혼자라도 선례(先例)를 만들고 싶었고, 분노가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그의 자서전 ‘불명예’는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15일 하원에서 통과된 후두드법 개정안은 성폭행 피해 여성이 남성 증인을 내세워야 했던 조항을 폐지하고, 법의학과 정황 증거를 토대로 성폭행범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또 피해자가 원하면 이슬람 법정이 아닌 민간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 혼외 정사 문제에 대해서도 고소인이 이슬람 법정과 형사 법정 중에서 택할 수 있게 했다. 간통을 사형과 태형으로 다스린 현행 법과는 달리, 개정안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만루피(약 15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간통사건의 경우에도 고소인이 이슬람과 민간 법정 중 한 곳을 고를 수 있게 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그 동안 “이슬람 법을 완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후두드법 개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 탓에 하원 통과에 실패했다. 무샤라프 대통령 자신도 같은 달 “돈(기부금) 벌려고 성폭행을 자원하는 여자들이 파키스탄에 줄을 섰다”고 말해 전 세계 여성단체의 분노를 샀다. 이슬람 정당들은 이번 개정안이 “파키스탄을 ‘섹스 자유 지역’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난한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5일 “후두드법 개정이 파키스탄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법안은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