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좌파는 김정일의 아바타

이성의 안방 대뇌피질은 감정의 밀실 대뇌변연계의 꼭두각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들은 감정적이라도(그렇게 덮어놓고 감정적으로 말씀하지 마세요!) 자신만은 이성적이라고(차근차근 이성적으로 대화합시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감정이 이성을 앞선다. 다만, 이성으로 자신의 견해를 합리화한다. 이것은 간단한 실험으로 증명된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은 어떤 문제를 두고 뇌의 어느 부위가 작용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2004년에 미국에서 이런 실험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후끈하던 때였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조지 부시와 존 케리를 열렬히 지지하는 각 15명이 차분한 표정으로 실험에 참가했다. 실험자는 두 후보의 명백히 모순되는 말을 번갈아 보여 주면서, 피실험자들의 뇌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내용에 관계없이 바로 30명의 대뇌변연계가 활성화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특히 반대하는 후보의 모순된 말에서는 대뇌변연계가 번개가 치듯이 버번쩍했다. 어느 쪽이든 이성의 뇌는 침묵했다. ‘내 편’ ‘네 편’이 중요했지, 후보자의 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내 편’이면 능히 그럴 수 있는 사소한 실수에 지나지 않지만, ‘네 편’이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치명적 범죄다.

객관적 사실이 가장 중요한 자연과학에서도 이런 일이 곧잘 발생한다. 특히 패러다임이 바뀔 때 그러하다. 그렇지만 자연과학에서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명백한 증거와 매끈한 이론이 발과 신발처럼 잘 어울리면 ‘네 편’ ‘네 편’ 가릴 것 없이 사실로 받아들인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명백히 가르기 어렵다. 칼로 물을 베는 것과 흡사하다. 따라서 우기면 이긴다! 목소리 크고 세력이 강하면 이긴다! 100개 틀리고 1개만 맞아도 권력과 돈과 조직을 잡으면 이긴다! 그러다가 역사의 심판(무력이나 경제력 등 힘에 의한 승패)을 받는다. 역사의 심판을 받아도 후세에, 예를 들어, 삼국통일을 두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논쟁을 벌이듯이 각각 편을 갈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후방 귀납적으로 해석하는 수가 허다하다.

1990년대 초 반세기 동안의 세계 냉전은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다행히 핵무기가 아닌 달러를 기준으로 역사의 신이 서녘 사람들의 오른쪽 손을 들어 주었다. 굶주린 북극곰은 찌는 듯한 시장경제의 더위에 지쳐 헐떡거렸고, 아메리카의 독수리는 오대양 육대주를 훨훨 날았다. 그걸로 모든 게 끝난 듯했다. 아니었다. 바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막의 전갈이 안심하고 아무 데나 내려와 쉬고 있던 독수리의 발을 두어 번 물어뜯고 중원의 판다곰이 재주를 몇 번 부리자, 독수리의 금고는 텅텅 비게 되었다.

제일 심각한 데가 호랑이 나라 대한민국이다. 스스로를 고양이라고 비하하는 무리들이 북향재배하며 밤낮으로 앙칼지게 또는 구슬프게 울어댄다. 북쪽의 살쾡이를 호랑이 산신령이라 확신하고 그 성난 울음이 들릴 때마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부짖는다.

김정일은 역사의 심판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역사의 심판자로 여긴다. 그 시기가 이제 무르익었다고 본다. 친북좌파는 김정일의 아바타다. 아바타(avatar)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된 말로 ‘내려오다, 강림(降臨)하다’의 뜻에서 신의 ‘화신(化身), 분신(分身)’의 뜻으로 쓰인다. 인도의 대표적인 신 비슈누는 물고기에서 시작하여 거북이, 멧돼지를 거쳐 8번째는 크리슈나로 9번째는 석가모니로 환생하였다고 한다. 10번째는 칼키(미륵불)로 태어날 거라고 한다. 인도의 이 말이 가상공간에 널리 쓰이더니, 지구인이 자신의 의식(consciousness)을 다른 행성인의 두뇌 속으로 집어넣어 그 몸을 제 것인 양 사용한다는 영화가 나와 인기의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

김정일: 우리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핵발전소를 건설한다.

친북좌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핵발전소를 건설한다. 미제국주의자는 중상모략하지 말라!

김정일: 조선민주인민공화국의 핵무기는 자위용이다. 위대하신 수령님께서 한반도 비핵화를 유언하시었다.

친북좌파: 북핵은 자위용이다. 북핵은 일리가 있다. 통일 후에는 우리 것이 된다. 미국의 핵무기부터 폐기하라. 한국은 저준위 핵폐기물도 절대 무인도에 묻으면 안 된다. 그 곳은 절대 안전한 지층이 아니다. 언젠가 한국의 핵발전소는 모조리 문을 닫아야 한다.

김정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친북좌파: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한국의 군사비가 북한의 군사비보다 수십 배 많다. 북한은 전쟁의 의지도 없고 전쟁의 능력도 없다. 미군은 전시작전권을 이양하라. 이건 민족 자존심 문제다.

김정일: 우리는 남조선의 민주세력과 통일일꾼을 열렬히 지지한다.

친북좌파: 우리는 민주세력이다. 통일일꾼이다. 수구꼴통, 물러가라. 너희는 친일세력의 후손이요, 군부독재세력의 잔당이다. 미국의 53번째 주를 자랑스러워하는 대미(對美) 사대주의자다. 양심도 없는 철면피다. 간첩사건은 모조리 조작이다. 재심판하라.

김정일: 새빨간 거짓말 삐라를 뿌리지 마라. 후과(後果)가 두렵지 않은가. 보복성전을 각오하라. 서울 바다 불바다!

친북좌파: 삐라 뿌리지 마라. 민족화해에 찬물을 끼얹지 마라. 전쟁이 나면 너희 책임이다.

상대적으로 배움이 적은 학생과 시민단체와 노조만이 아니다. 교수, 정치인, 언론인, PD, 작가, 예술가, 연예인, 판사, 장관, 총리, 대통령, 할 것 없이 친북좌파는 김정일의 아바타로서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대뇌피질은 오로지 대뇌변연계의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데만 사용된다. 단! 대한민국의 자유와 풍요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로 알고 마음껏 누린다. 권력과 명예와 부,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드러내놓고 친북좌파의 언행을 일삼던 두 대통령은 이제 김일성 곁으로 갔다만, 그 후에도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김정일이 각도만 살짝 비틀어 서해 5도 바로 앞에서 연 사흘 미사일을 쏘는데, 멀리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끄는 중도실용 어르신이 김대중처럼 집권 3년차에 정상회담의 풍선을 높이 띄운다. 진실의 삐라 풍선이 아니라! 김정일의 아바타들은 모처럼 고개를 주억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