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사건에 대한 한국 당국과 네티즌들의 반응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제 신상부터 밝혀 둡니다.
저는 미국인 아내와 결혼해 뉴욕에서 살고있는 한국 국적자 입니다. 한인이라고는 상인과 유학생을 제외하곤 거의 없는 동네에서 살다보니 친척, 친구, 이웃들이 모두 미국인들이구요. 환경상 다른 교포들에 비해 현지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운좋게도 처갓집 식구, 친구들이 대부분 학자나 변호사들이어서 이슈가 생길때마다 대화도 많이하고 잡다한 지식들을 주워들을 기회도 많습디다.

이미 많은 분들이 사건에 대한 분석도 깊이 하시고 왜 미국인들이 엉뚱한 일 가지고 머리를 조아리는 한국 당국과 네티즌들에 대해 의아해 하는 지 잘 설명들 해 주셨으니 불필요한 사족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여전히 미국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미국인들의 아량에 감탄하는 모습을 여전히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왜냐하면, 그런 태도가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더욱 나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살인자=한국 국적자 피살자들=미국인이라는 등식과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난사사건이라는 피상적인 정보들만 가지고 죄책감을 가지는 듯 합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여하간에 미안해 하는 것이 예의바른 모습이라고 생각될 지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단언하건데 0.1%도 안될겁니다.

그 이유는;

첫번째로는 문화의 차이 입니다. 유교 가부장 주의에 이어 독재 전체주의 체제를 최근에 졸업한 한국의 유교적 집단 문화와 400년 간 새로운 이민자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형성된 개인주의문화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인은 대체로 ‘나’와 ‘집단’사이의 연결이 아주 강하고 ‘나’위에 ‘속해있는 집단’을 놓는 편이지만 미국인은 그 연결이 덜 강할 뿐더러 ‘집단’을 ‘나’위에 놓는 사람을 찾아보기 아주 어렵습니다. 조승희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조승희와 한국인을 연결& #51668;지 않는게 자연스럽죠

두번째로는 교육의 차이입니다. 미국교육이 형편없다고 하지만 글쓰기와 비판적사고 교과 과정은 한국하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이 좋습니다. 직관적이고 피상적인 사고보다는 논리적이고 깊이있는 분석을 하는 능력이 한국 평균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단언합니다.- 아마 수학은 그 반대겠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이사건의 원인을 한국인의 성질머리로 보기보다는 미국의 총기정책과 문화 – 덧붙이자면 학교당국의 정신질환의심자에 대한 정책 – 로 생각하는게 당연합니다. 누가 전자의 연관성을 역설한다면 바보 아니면 미친넘 취급받기 딱 좋죠.

세번째는 언론입니다. 이곳 언론이 좋다라기보다는 한국 언론들이 너무 개판이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사안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없이 꼴리는 대로 휘갈기고 거기에 흔들리는 여론에 또 휩쓸려가는 한국 주류 언론들을 보자면 정말 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사건당일로부터 현재까지 미국언론들의 보도와 한국언론들의 보도를 비교해보면 이나라 언론들이 얼마나 선정주의이고 생각없이 기사를 쓰는지 아주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은 일개 회사이기전에 사회의 공기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언론의 역할과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인반 대중들의 의견이 대중매체에 의해 얼마나 좌우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죠. 존경받는 언론인들이 권위를 인정받을만한 논평을 써주고 사회 안팎에서 열린 논의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춘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여론이 얼마나 다르게 흘러가는 지 (물론 미국의 언론도 이상적인 것과 거리는 멀지만 한국과 비교하자면) 똑똑히 목격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한국 당국과 다수 네티즌들의 반응을 접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처음엔 갸우뚱 하며 ‘그런사람들도 있나보다’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는 대개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 문화차이인가보지 뭐..”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반응이 있다는 것은 입장이 반대로 바뀌었을 때 그들이 미국인들을 탓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거 아냐?” 라고 되뭇고는 한국인들의 인종주의적, 전체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네요.)

한국인으로서 같은 한국인이 저지른 경악할만한 범죄에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공감하지만 뭐든지 정도를 넘어서면 안하니만 못한 법인가봅니다. 아직까지도 미국에 미안하다고 하시는 네티즌들, 이제 그만 하시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