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소녀 윤간살해 (미군 무죄선고)

이라크 소녀 윤간-살해 미군 ‘무죄선고’

‘정신불안’ 이유로 전역시킨 뒤 편법으로 일반법원서 석방

지난 3월 12일 이라크 남부 마흐무디야 마을에서 14세의 이라크 소녀를 윤간하고 일가족을 몰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군 스티븐 그린에 대해 법원이 ‘정신불안’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려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만행범의 무죄판결은 최근 이라크 무장세력이 윤간-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 3명을 납치해 참살한 것과 같은 이라크의 거센 반발을 한층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린, ‘정신 불안’ 이유로 무죄판결

미 CBS 방송은 11일(현지시간) “지난 3월 이라크 소녀를 윤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역병 스티븐 그린이 일반연방 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린은 지난 3월 다른 4명의 미군과 함께 소녀를 비롯해 일가족 4명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린은 결손가정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군에 입대했지만, 윤간 살해 혐의로 기소되기 직전에 입대 11개월 만에 ‘정신불안’을 이유로 강제 전역됐다. 과거에도 정신병 병력이 있었던 그린은 이날 법원에서 ‘정신불안’ 이유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미군당국의 사건 은폐 의혹 확산

이같은 무죄판결과 관련, CBS 방송 등 미 언론은 미군당국이 사건 파문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공작을 편 결과가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그린이 이라크에서 저지른 범죄행위와 관련해 기소됐을 당시 현역에서 물러났을 뿐 전역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 법원이 아닌 일반 연방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미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사 법원에서 재판을 할 경우 ‘정신 불안’을 이유로 무죄석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격 미달 군 입대시킨 모병제도 문제 심각

CBS 방송은 그린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정신불안’과 관련,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그린이 어떻게 애초에 군 입대가 허가됐는지 의심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그린이 입대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군 당국이 이라크 전에 대한 미국내 비판 여론이 강해지면서 지원병이 급감하자 인원확충에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지원만 하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미군의 모병 제도를 비난했다. 미군은 올해에도 8만명의 병력을 새로 충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목표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CBS는 “이같은 모병제도의 맹점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CBS에 따르면, 특히 군대에 지원하는 젊은이들의 약 70%가 건강상의 문제는 물론 마약과 알코올 중독 등의 다양한 이유로 입대가 거부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입대가 허가된 일부 병력도 비슷한 결격사유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입대가 허가된 병사 중 나중에 이같은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는 1%에도 못 미친다”며 모병 목표를 채우기 위해 결격사유를 무시한다는 지적을 일축했다.

하지만 콜로라도주 포트 칼슨 부대의 통계를 보면 약 18%에 이르는 병사들이 정신 병력을 이유로 강제전역된 것으로 밝혀져, 미 국방부 주장의 신뢰성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CBS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