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변경문제는 충청권을 살리기 위한 최선방책

세종시 변경문제는 충청권을 살리기 위한 최선방책  시곗바늘을 5년 후인 2014년 9월 11일로 맞추고 함께 가보자. 장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1년 전 새 정부가 출범했겠지만 청와대의 새 주인이 누구인지, 여당이 어느 당인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상임위별 소관부처 보고와 질의가 있는 날이라 상임위마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구름같이 모여 있다. 특히 예산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직원 1000명 중 장·차관과 실·국장 전원, 대부분의 과장과 실무 요원 등 줄잡아 150명이 출동했다. 어제는 대부분의 상임위가 여야의 힘겨루기로 밤늦게까지 시끄러웠다. 일부는 자정을 넘겼다.   그러나 세종시에 달랑 아파트 한 채뿐인 공무원들은 왔다 갔다 하기가 너무 멀어 국회 근처 호텔이나 24시간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 개중에는 사무실에 처리할 업무가 있어 한밤중에 세종시로 내려갔다. 자는 둥 마는 둥 사무실로 나가 대충 일 처리를 하곤 부랴부랴 다시 여의도로 달려왔다. 차가 막히지 않아도 두 시간은 족히 걸리니 죽을 맛이다. 이런 난리통을 정기국회 넉 달을 포함, 1년에 100일쯤 겪어야 한다. 이날 아침 장관 주재 회의는 국회 내 장관대기실에서 열었다. 결재도 그곳에서 마쳤다. 총리실과 재정부 등은 국회 내 장관 방이 있어 그나마 호강이다. 일부 부처는 아예 국회 인근에 오피스텔을 얻었다. 청와대와 가까운 광화문 일대에도 부처들의 별도 사무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 또한 두 집 살림이다.  지도부가 몽땅 빠져나간 세종시의 정부 청사는 텅 빈 느낌이다. 그래도 여의도로부터 언제 어떤 주문이 떨어질지 몰라 남은 직원들은 비상대기 상태다. 서울에서 내려온 민원인(民願人)들은 헛걸음하기 일쑤라 민원(民怨)이 높다. 장관들은 국회 회기 중이 아니더라도 청와대 회의에다 각종 외부 행사까지 서울 나들이가 많다. 왕복 4시간이지만 툭하면 막히는 도로 때문에 자동차 타기가 주업무인가 헷갈릴 지경이다. 차 안에서 보고서도 훑어보고, 휴대전화로 업무협의를 하고. 차 속이 사무실인 셈이다.  원안대로 세종시가 건설되고 정부기관 이주가 완료된 뒤의 모습을 그려본 가상 스케치다.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할지 모르나 이런 혼란은 이미 공무원 사회에선 정설이다. 많은 전문가는 아예 재앙이라고 경고한다. 청와대 내에서도 이주 2~3년 후엔 다시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무런 방책도 없이 오늘도 삽질은 계속되고 있다. 기형 도시를 만드는 바보들의 삽질이다. 전 정권이 결정한 일이라서 잘못돼도 현 정권은 책임이 없다느니, 계획을 수정하면 내년 지자체 선거를 망친다느니 한심한 소리만 들린다.  길거리에 뿌려지는 기름값에다 시간낭비까지. 정부 살림을 두 군데로 멀찌가니 쪼개놓고 벌어질 상황을 꼼꼼히 그려 보라. 이런 비효율이 어디 있는가. 현재의 과천청사도 서울나들이가 멀다고 아우성인데 하루 왕복 4시간 이상을 길거리에 허비하고 무슨 일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인구 50만 명으로 계획한 도시에 5만 명 채우기도 어려울 것이란 ‘유령도시설’. 서울과 세종시가 연결돼 거대도시가 되면서 국토의 심각한 불균형을 가져올 것이란 반론. 북한 급변사태 등 비상사태 시 즉각적이고도 긴밀한 대처에 구멍이 뚫린다는 지적. 모두 기형 도시가 될 것이란 경고음들이다.  사실 정부도, 여야 정치권도 그런 문제점들을 모르지 않는다. 뻔히 예상하면서도 모른 체할 뿐이다. 왜 그런가? 정치권은 포퓰리즘에 포로가 됐고, 충청인들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마비된 탓이다. 이 상태로 그냥 사업을 진행시킨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죄악이다. 기형의 도시 건설을 중단하든지, 최소한 부작용만이라도 줄여야 마땅하다. 이미 총공사비의 24%인 5조3600억원이 투입됐다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재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뒤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감한 사안을 건드린 그 용기에 우선 박수를 보내며, 야당이 벼르는 청문회를 중심으로 솔직하고도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토론 끝에 원안대로 갈망정 그동안 제기된 모든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다시 점검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다. 제발 이젠 속 보이는 말장난과 무책임한 정치놀음은 접기 바란다. 또다시 충청표를 볼모로 정치흥정이나 벌이려 한다면 이젠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도 살리고, 충청에도 이익이 돌아가고, 정부의 효율도 높이는 윈-윈 게임. 그걸 찾아내야 한다. 정부부터 용단을 내려야 한다. 눈치 보기 그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