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으로 국민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작년 유류세 26조… 정부만 ‘고유가’ 덕봤다
치솟는 기름값에 소비자도 기업도 아우성인데…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자동차 사용자와 기업들이 비명(悲鳴)을 지르고 있다. 이 비명은 자동차 대수는 늘어나는데도, 휘발유 소비량은 매년 줄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만큼 대당 소비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기름값의 60% 에 달하는 엄청난 유류세(稅)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부는 “소비 억제를 위해서라도 세제 축소는 없다”며 꿈쩍도 않고 있다. 본지가 최근 10년간 ‘자동차 증가 추이·휘발유 사용량·정유 회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고(高)유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정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소비자들은 10년간 기름 소비를 30%나 줄였고, 정유 회사들의 연간 영업 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1~2%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 소비자인 기업들은 “과도한 유류세로 인해 물류 비용과 제품 원가 부담이 경쟁국인 일본·대만보다 높다”며 산업경쟁력 악화의 요인으로 지적할 정도다.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업들은 추락하는 영업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로 뛰는 와중에 정부만 늘어나는 세수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허리띠 졸라맨 소비자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휘발유 자동차 등록대수는 1996년 642만대에서 2001년 741만대, 2006년 791만대로, 10년간 23% 늘었다. 하지만 연간 휘발유 사용량은 6565만 배럴(1996년)에서 5739만 배럴(2006년)로 오히려 13% 줄었다. 1996년 연간 1624리터나 됐던 자동차 1대당 휘발유 사용량이 작년엔 1153리터로 줄었기 때문. 소비자들이 10년 전보다 휘발유를 연간 29% 덜 쓰는 셈이다. 자동차 연비 향상 영향도 있지만, 금값 같은 기름 값 때문에 소비자들이 생계 활동 등 꼭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자동차 이용을 비교적 자제하고 있다는 객관적 증거다.

◆정유사들 영업이익 뒷걸음질

정유 회사들은 고(高)유가 수혜를 봤을까? 기업 실적은 정반대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의 1996년 정유부문 매출은 7조6000억원. 2006년 매출은 16조6000억원으로 10년간 117%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6.3%(1996년)에서 2%(2006년)로 69%나 줄었다. 1996년 한 해 4813억원 이익을 냈지만 작년엔 3285억원이었다. 고유가로 외형만 성장했을 뿐 이익 규모는 10년 전보다도 줄었다. GS칼텍스도 작년 영업이익률(정유부문)이 1%에 불과했다. 1996년 3.7%보다 73%나 추락했다. 설비투자에 보통 1조~2조원씩 들어가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것을 감안하면 적정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 정유 회사들은 대신 석유제품 다각화·해외 시장 개척 등으로 비(非)정유 부문 매출을 2~3배씩 늘렸다. 작년 SK의 이익은 정유 부문 3285억원, 비정유 부문이 8368억원이었다.

◆세수 폭증, 정부는 즐거운 비명

정부의 유류관련 세금수입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 등에 따르면 2000년 15조8000억원이던 유류세금은 2002년 16조8000억원, 2003년 18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고(高)유가가 시작된 2004년 21조4000억원으로 2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갈아치운 작년 유류 세금은 25조9000억원(추정)이나 된다. 6년 만에 10조원이나 늘었다. 국제 원유 가격에 연동되는 부가가치세(공장도 가격+ 교통세+교육세+주행세를 합한 가격의 10%)와 관세(원유도입가의 1%) 수입이 크게 늘었고, 2001년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하면서 2001년 6월 휘발유 가격의 47% 수준이던 경유 가격을 2007년 85%까지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매년 경유 세금을 올렸고, 그 결과 2001년 6월 리터당 239원이던 경유 세금은 2007년 4월 기준으로 602원이나 된다. 5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렸다. 오는 7월에는 35원이 더 오른다. 박 의원은 “최근 10년간 유류 세금이 국세의 17~18%에 달한다”고 밝혔다. “과도한 기름 세금이 소비를 줄이고,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며 거듭된 세금 인하 요구에 정부는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한한 클로드 망딜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조차 “에너지 세금이 가격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에너지 세제에 일관성이 결여된 부분도 다소 있다”고 비판할 정도로 한국의 유류 세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