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고 무능한 놈으로 주민이 울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내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화폐개혁 조치를 발표하고 이달 2일부터 전국적인 화폐교환에 들어갔다. 1일에는 평양 일부 지역에서만 화폐교환이 실시됐다. 화폐교환이 하루 늦어진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의 격앙된 반응 때문에 북한 당국이 관련 대책을 세우고자 하루 정도 연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2일부터 화폐교환에 들어가면서 주민들에게는 10만원 한도에서 100:1로, 그 이상은 1000:1로 교환해주겠다고 발표했다. 10만원 이상은 사실상 교환의 의미가 없어졌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장마당 매대 상인과 중간층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곳곳에서 이들의 통곡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한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인플레(물가 상승)를 막고 주민들이 장롱 속에 감쳐둔 화폐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그 동안 북한에서는 개인들은 돈이 있는데 국가는 가난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비해 사경제가 크게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만성적인 물자난을 겪는  상황에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만 실시한다고 해서 인플레가 잡힐 가능성은 작다. 화폐개혁 발표 이전인 11월 북한 장마당에서 쌀 가격은 2500원 정도였다. 100:1로 화폐교환이 실시된 후에 시장가격은 25원이 된다. 그러나 내부소식통들은 벌써부터 화폐개혁 이후 쌀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롱 속 현금을 끌어내는 효과는 있다. 북한은 적금을 예치한다는 명목으로 은행에 저금을 권유하겠지만 이미 1992년 화폐개혁 당시 은행에 저금한 돈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몰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이를 그냥 믿지는 않을 것이다. 구화폐가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10만원 이상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북한 당국은 통화 증발에 따른 예산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허나 이러한 명목만으로 북한 주민들의 큰 반발을 불러올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감이 든다. 북한의 절대권력자인 김정일의 통치스타일을 볼 때 그는 국격(國格)과 자존심을 매우 중요시해왔다. 이미 경제가 몰락상태에 있고 핵과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 취급을 받으면서도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구호를 부르짖고 있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또한 김정일의 스타일상 사경제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보다 법 기관을 동원한 물리적 방법을 선호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문제는 김정일이 북한의 통화가치 하락에 자존심을 크게 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대외무역에서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북중무역에서 북한화폐는 이미 통화로서 기능을 잃어버렸다. 북한 화폐로 중국 상품을 거래하려면 10t 트럭 한 대에도 수십 개의 돈자루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거래는 중국 위안화와 달러화로 이뤄진다. 다른 국가와의 거래에서 마찬가지로 북한의 통화는 극심한 인플레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한다. 2002년 7.1경제조치 이후 북한의 공식환율은 1달러에 140원이다. 그러나 북한 장마당(시장)에서는 1달러에 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거의 7년 만에 수십 배의 상승을 가져왔다. 북한 환율은 오늘도 계속 상승 중이다. 김정일은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해서 북한의 통화가치 회복을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김정일이 핵이나 인권문제로 불량국가로 취급 당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국격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의아해 보이지만 이는 북한 절대권력자의 체제유지 전략으로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일의 무모한 욕심에 희생당하는 사람은 바로 북한 주민이다. 김정일 때문에 그들이 또다시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