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하고 있다

[명퇴]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하고 있다 제2의 광우병, 의료민영화 한겨레 칼럼                                                                                           신영전 한양대교수, 사회의학 이제 어느덧 마흔이 넘어 중견 가수가 된 안치환이 다시 거리에 섰다.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도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  
100만개의 촛불에 놀란 보건복지가족부는 서둘러 “건강보험 민영화 검토 안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5월21일에 이은 발표다. 그러나 기만이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의 핵심은 영리 지향적 자본투자 허용(의료채권·주식상장), 영리추구 행위에 방해되는 제도 개편(영리의료법인·유인알선·인수합병 허용), 민간보험 활성화(실손형 보험 허용)이다. ‘의료채권법’은 이미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의료채권법은 주식시장을 통한 영리 지향적 자본을 의료부문에 끌어들이는 전단계다. 이는 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부문을 급속히 이윤중심 체계로 전환시킬 시한폭탄이다.
 
지난 5월11일 기획재정부는 주식회사형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 도입을 뼈대로 하는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정부는 약속을 뒤집고 제주도를 필두로 영리법인의 설립 허용과 당연지정제 일부 해지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이것이 허용되면 곧 부산·진해, 인천, 광양 등 경제자유구역이 뒤따를 것이고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온 국민이 6·10 항쟁 21돌의 촛불을 밝히던 날, 정부는 슬그머니 의료법 개정안을 공고했다.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의료법인간 인수합병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른바 대형 민간보험회사와 대형 자본이 마음껏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 민영화가 가져올 결과는 너무나 명백하다. 몇 개 대형 병원에 밀린 상당수 중소병원의 줄도산, 병원노동자의 실업, 개원가의 몰락이다. 급격하게 증가한 진료비 부담은 건강보험의 붕괴와 민간보험의 득세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을 민영화하지 않고 아예 고사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서민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사교육비로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쪼개 살아야 하는 서민들은 50만∼60만원이나 되는 민간보험료를 내느라 허리를 더욱 졸라매야 할 것이다. 더욱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고용불안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미국처럼 10배 넘게 뛰어오른 진료비를 내야 하는 화려한 고급병원은 결국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인사정책의 기조가 ‘강부자’, ‘고소영’이라면, 의료정책은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 대형 민간보험회사를 위한 정책이다. 그들에게는 돈이 없어 암 치료를 포기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어린 아들딸들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광우병 사태가 국민 건강을 값싸게 팔아버린 것이라면 의료 민영화 정책 역시 국민의 건강을 팔아 1%의 배를 채우겠다는 정책이다. 진행도 졸속이고 국민과의 소통도 없다. 위로부터의 압력과 지침만 있을 뿐이다. 의료 민영화를 진행하고 건강보험을 고사시키면서도 “건강보험 민영화는 안 한다”는 ‘기만의 소통술’을 구사한다. 그렇기에 의료 민영화 정책은 제2의 광우병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높디높은 ‘명박산성’ 앞에 서 있다. 오르지 못하게 기름까지 발라놓았다 한다. 그 앞에서 촛불을 들고 부르는 안치환의 노래 제목은 <유언>이다. 수십만의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유언을 함께 부르는 아∼ 대한민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