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사태가 던지는 촛불의 이중성

멜라민 사태가 던지는 ‘촛불의 이중성’

최근 멜라민 분유 사태가 촉발한 중국산 식품 공포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멜라민 분유를 먹은 아기 4명이 사망했고, 신장결석 환자도 5만3천명에 달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가짜식품을 비롯해, 비위생적인 제조과정, 유해성 등 중국산 식품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을 함유한 분유를 생산한 싼루사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파문의 진상을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으며, 지난 6월 뒤늦게 실험을 통해 멜라민이 분유에 섞여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싼루사 본사가 소재한 스자좡시는 이 사실을 보고받고서도 베이징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1개월 이상 은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체면유지에만 급급했던 사이 중국 국민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었던 셈이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부랴부랴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사망자와 5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리창장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 국장의 사표를 받아내는 등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 고위 관리들을 줄줄이 문책하고 있다. 또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가 집단 시위나 사회불안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변호사들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무료 법률자문 금지령을 내리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내 ‘촛불 시위대’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번 멜라민 분유 사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중국산 유분을 사용하는 과자와 중국산 초콜릿 관련제품이 상당량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결국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와 (주)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의 밀크러스크 등 2건의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산 원유 또는 유제품이 함유된 124개 중국산 제품 160건에 대해 수거검사를 실시한 결과 2건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공식 발표하고, 관련 제품 전량 회수 및 폐기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문제가 된 제품과 같은 분유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다. 국민들 입장에선 문제의 과자 제품 회수 조치에도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멜라민 함유 식품’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멜라민 공포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준의 괴담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특히 먹거리에 대해 민감한 주부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멜라민 함유 가능성이 있는 음식을 끊고 멜라민 성분이 들어간 식기를 내다버리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파동을 지켜보면서 미국산 쇠고기 관련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인터넷카페 ‘유모차 부대’ 주부 회원들이 지난 22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벌인 시위가 오버랩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들은 이날 일부 유모차 부대 회원을 대상으로 한 경찰 수사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했던 엄마들에게 불법 딱지를 붙여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유모차 부대 회원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상당수 국민으로부터 과잉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고, 또 이에 대한 여당 의원의 질타도 있었다. 그러나 자식 걱정으로 거리에 나왔던 주부들도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시위에 참가한 것은 마땅히 비난받을 일이다. 이들의 논리대로 정말 자식걱정으로 시위에 참가했다면 아이들을 방패삼아 폭력행위가 난무한 촛불시위 현장에 나온 것은 그야말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또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유모차까지 동원해 시위에 참가한 것이었다면 그동안 수없이 많았던 먹거리 안전 문제에 대해선 왜 침묵했었는지 궁금하다. 최근 중국 멜라민 분유 뿐 아니라 농약 만두, 공업용 색소로 물들인 참깨와 고춧가루, 표백제가 들어간 쌀, 가짜 계란 등 수입 식품에 대한 위험은 과거에도 많았다. 굳이 멜라민 분유 사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식품들의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직접적인 발병 사례가 수시로 돌출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촛불 시위대’가 진정으로 자식 걱정, 먹거리에 대한 걱정으로 시위에 참가한 것이었다면 모든 수입식품에 대해 사전검사를 대폭 강화하는 등 불량식품의 국내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라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곰곰 생각해봐도 그들이 지금은 왜 ‘촛불’을 다시 치켜들지 않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예전의 그 ‘울분’이 살아있다면 중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한바탕 규탄시위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뭔가 꼭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촛불의 이중성’에 대한 비난을 그들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 같다. / 윤보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