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흑인 친구

주니어는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이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난 주니어한테 달려간다.

나이가 오십인데 느즈막히 영국 백인 여자와 결혼했다가

딸 둘 낳고 이혼을 했다.

영국 여자 중에는 참 무식한 여자들도 많다.

그리고 자메이카 출신 흑인 중에는 기술자가 의외로 많다.

주니어도 배 엔진까지 다루는 기술자였다.

그래서 영국으로 와서 돈도 많이 벌었는데

나중에 보니 벌어온 돈 부인이 마약하고 술 마시고 도박해서 다 날려버렸다.

그 다음에도 계속 남편을 갈궈서

결국 주니어가 뇌줄중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재활에는 성공했지만.

암튼, 아는 사람한테 소개받았는데 나도 처음에는 쑥스러웠다.

내가 농담을 잘 못 하니까 주니어도 마음이 썩 편한 거 같지는 않았고.

그래도 난 주니어가 마음에 들었다.

난 막일하는 사람들한테는 잘 해주자가 신조다.

사실은 어머니한테 그렇게 배웠다.

어머니는 평범한 분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일하는 사람들한테 잘 해주셨다.

어쩌면 보고 배운 게 아니라 워낙 그런 성격을 타고 났는지도.^^

주니어는 프리랜서 정비공이다.

몸도 아프지만 딸들이 어려서 여간해서는 취직할 엄두를 못낸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에 대해서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최고다.

영국인이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센터에 가면

돈만 많이 들고 고장도 자주 난다.

그런데 주니어한테 한번 차를 맡기면

적어도 1년은 끄떡없이 굴러간다.

자주 접하다 보니까 나도 용기가 생겨서

슬쩍슬쩍 농담을 던진다.

그랬더니 좋아하는 거 같다.

차를 고쳐주면 집에 있는 인삼차나

아이들 선물을 준다.

주니어가 인삼차를 참 좋아한다.

흑인 하면 다 게으른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주니어는 나라 도움 받지 않고 자기 힘으로 먹고 살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여리고 섬세한 사람인데

자기는 프리랜서니까 어차피 나중에 신세 져야 할 일이 많은

카센터 같은 데 가면 신소리도 하고 농담도 하고.

아이들 얘기 물어보면 참 좋아한다.

큰아이는 수학을 잘 하고

작은아이는 연극을 좋아한다고.

난 주니어가 청구하는 금액보다

조금이라도 더 얹어서 주려고 애쓴다.

돕고 싶은 마음도 있고

유치한 얘기지만 한국 사람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

그런데 사실은 주니어 덕분에

흑인에 대한 인상이 참 좋아졌다.

한 사람이 참 중요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