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세우는 길밖에 없어…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지역에선 2003년부터 8년째 민간인 학살, 강간, 고문, 재산 약탈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을 장악한 무장세력과 수단 정부 지원을 받는 또 다른 무장세력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참극이다. 그동안 200만 이재민이 생기고 사망자만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국제사회는 추정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작년 3월 민간인 학살 등을 지휘한 혐의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바시르는 ICC에 가입한 110개 국가 중 어느 한 나라로 출국할 경우 그 나라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 현재 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중앙아프리카공화국·수단 등 아프리카 4개 나라 반군(叛軍)단체 또는 정치인들이 ICC에 회부돼 재판을 받거나 기소절차를 밟고 있다. 역시 아프리카의 케냐는 기소 여부를 가리는 조사를 앞두고 있다.   ▶ICC는 1998년 7월 체결된 로마조약에 따라 2002년 7월 출범했다. 대량학살과 고문, 강간 같은 비인도적 범죄부터 전범(戰犯)까지 국제적으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상설기관이다. 재판관 18명과 검사 역할을 하는 소추관(訴追官)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본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8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2003년부터 재판관으로 일해온 송상현 전 서울법대 교수가 작년 3월 동료 재판관들에 의해 임기 3년의 소장에 선출됐다.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그제 열린 제1회 인권·환경대회에서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권력자들을 ICC에 회부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ICC 가입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이 북한의 한국인·일본인 납치를 처벌해 달라고 요청할 경우 재판에 부쳐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ICC는 구속영장을 발부해도 그 나라 사법 당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러시아·중국 같은 강대국과 아랍 국가들이 가입하지 않은 것도 ICC가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로 지적된다. 송상현 소장은 “영구적 평화는 정의 실현 없이는 불가능하다. ICC는 바로 국제적 반(反)인륜 범죄에 대해 정의를 세우는 곳”이라고 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심판대 위에 올려 정의를 세우는 날이 올까. (조선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