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본주의가 가능할까?

러시아가 다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허울좋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앞세우면서 늑대처럼 사익을 추구한다면서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러시아가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까닭은 베네수엘라와 똑같다.
엄청난 석유 자원과 가스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자 가스 생산국이다.
그리고 중국과 인도의 부상으로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닫고 있다.
하다못해 구리까지 금값이다.
자원이 많은 러시아 같은 나라는 앉아서 떼돈을 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빚더미에 올라 있던 러시아는 빚을 싸그리 갚은 지 오래다.

푸틴은 몇년 전부터 러시아 기업들을 다시 국영화했다.
주로 가스프롬 같은 에너지 회사들이다.
물론 어느 정도 주식 거래가 되고 외국 기업과 자본주의 방식으로
거래를 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는 결코 아니다.
그냥 자본주의 국가의 국영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의 실권을 국가가 꽉 쥐고 있다.
경쟁력 따위는 신경 안 써도 된다.
땅에서 바다에서 그냥 퍼내면 되니까.
자원은 없어서 못 파니까.
제발 팔아만 달라고 줄을 선 나라들이 많으니까.

예전에 히틀러는 국가사회주의라는 개념을 갖고 나와서 재미를 봤다.
국가라는 말과 사회주의라는 말은 사실은 모순이다.
국가는 한 나라의 특수 이익 내지는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주의는 한 나라를 넘어선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과 프랑스 같은 전승국의 압박에 독일이라는 나라가 거덜이 나게 생겼다는
독일 노동자 계급의 위기감을 포착한 히틀러가
사회주의 앞에다 국가라는 단어를 덧붙이면서 폭발적 흡인력을 낳은 것이다.

사회주의라는 복리도 지향하면서
어설픈 보편을 좌우에서 떠들어대는 유대인의 공세 앞에서
(좌와 우라는 방향은 달랐지만 비슷하게 자본과 노동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금융계에도 공산주의 운동가에도 유대인이 많았다)
국가도 지켜줄게 하는 약속이 먹혀든 것이다.

자본을 국가가 규제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물건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 중심이 아니라
있는 자원을 그냥 파는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같은 경우에는
자본을 국가가 틀어쥐고 있어도
경쟁력에서 딱히 뒤질 까닭이 없다.
없어서 못 파는 게 석유이고 가스니까 .
몇 년 전까지 미국한테 끽 소리 못 하고
테러 공동 대응 전선에 합류했던 러시아가
미국 우습게 보기 시작한 것도 다 호주머니가 두둑해서다.
아쉬운 건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다.
서유럽으로 갈수록 의존율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유럽 전체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는 국가자본주의가 아닐까.
자본주의 국가들과 거래를 하고 자본주의 시장에서 영업은 하되
거기서 거둔 이익은 국가가 관장해서 배분하는.

그런데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땅덩어리가 넓고 자원이 많아야
경쟁력 신경 안 쓰면서도 큰소리 떵떵 칠 수 있는 거지.

문제는 그게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느냐는 것.
러시아도 앞으로 70년이면 가스가 바닥이 난다.
석유는 그 전에 떨어지고.
베네수엘라는 그 전에 바닥 나겠고.
그 다음에는 뭘 가지고 먹고 사느냐는 것.

진정한 자원은 석유나 가스가 아니다.
사람이다.
한국은 사람을 자원으로 삼아서 발전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성장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