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가 보기드문 수작으로 느껴지는 이유

개인적으로도 정말 몰입하면서 재미있게 본 영화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수작]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수작]처럼 여겨질까?

 

그것은 감독이 보여준 몇가지 연출력 때문.

 

 

 

 

김용화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가 [오 브라더스], 두번째가 그를 1000만 관객에게 안내한 [미녀는 괴로워], 세번째가 이번 [국가대표]이다.

 

 

1. 다들 공통점을 발견할텐데 세 영화 모두 [비주류와 그들을 접하는 사회의 시각]을 중심축에 놓지만 불편한 진실을 들추어 내는 방식이 아닌 주변 사건에 코미디를 적절히 버무린 상업영화라는 점.

 

따라서 자칫 무거운 주제에 거부감을 일으키게끔 길들여진 일반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휴머니즘이 경쾌한 코미디 톤으로 그려지면서, 조폭, 에로 삼류 코미디가 판치는 21세기 영화판에서 분명한 차별화된 작품 평가도 동시에 취한다.

 

2. [억지감동]에서 탈피해서 감정 과잉을 억제시키는 자제력을 보임.

 

코미디 영화는 막판 감동 모드가 필수라도 되는 양 관객들로 하여금 [억지감동]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는데 이건 감독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국내 관객들은 과거 짐캐리식의 온리 코미디에는 후한 평가를 줬지만 정작 한국영화가 온리 코미디로 나가면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식으로 외면해 왔기에 감독이나 제작사측에서도 계륵처럼 감동모드를 삽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니까.

 

다만, 그 감동모드가 극의 전반에 해악을 미칠만큼의 감정과잉이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억지설정이 판을 쳐왔기 때문에 김용화식 절제력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게 아닌가 싶다.

 

단적인 예로 극 마지막부분 공항장면에서 다른 영화였다면 모자가 서로 엉켜서 관객에게 눈물콧물을 강요할 텐데, 이 영화에선 하정우의 독백식 연기력에 힘입어 절제에 성공한다.

 

특히, 이보다 앞선 씨퀀스에서 여전히 몇몇 사람들이 억지감동이라고 지적하는 애국가 합창씬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쉽게 휩쓸리지 못하고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비판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3. 음악의 카타르시스

 

전작인 [미녀는 괴로워]에서 100% 능력을 발휘한 부분인데, 이 영화에서도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다만, 전작의 위력이 너무 거대한 탓에 개봉일날 보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는 임팩트 있는 씨퀀스가 생각나지 않아서 자세한 부연은 넘어가기로 하자.

 

어쨌거나 종합예술이라는 영화장르에서 감독은 음악을 극과 어우러지게 하는 능력이 남달라 보인다.

 

 

4. 비쥬얼.

 

요즘 영화는 비쥬얼이 실패하면 절반은 깍아먹고 들어간다.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도 항상 ‘어색하다’, ‘CG티가 너무 난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영화의 자본규모에 비추어 이 영화는 안티들도 인정하는 비쥬얼을 만들어 냈다. (딴건 몰라도 경기장면은 좋았다는 평가)

 

스포츠 영화가 각본없는 드라마로써 열광하는 데에는 경기장면의 긴박함을 얼마나 잘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지루하거나 뻔하게 흘러갈 위험이 다분한 경기장면을 부각하기 위해선 구기종목이 가장 탁월한 효과를 거둔다. 여러 주인공들이 상호간에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감정과 액션을 통해서 예상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기종목이 주는 특유의 드라마틱한 요소가 감동을 최대치로 올릴 수 있기 때문.

 

그런데 국내 관객들에게 생소할 뿐만 아니라 너무나 단조로운 구조를 가지고 턴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스키점프를 이토록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대회 전문 카메라팀을 동원한 비쥬얼의 성공이라 생각한다.

 

극의 1/3을 차지하는 경기장면을 이렇게 까지 소화하는 걸 봐서는 차기작에선 보다 규모있는 블럭버스터에 도전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5. 이 영화에서 하정우의 진정한 연기력이 보여진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하정우가 그동안 보여줬던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연기를 뒤로 하고 특별한 포스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일 듯)

 

감독이 원했던 바가 [용서받지 못한자]에서의 하정우의 모습을 원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송강호, 김윤석등 최근 극강의 포스를 보여주는 주연배우들의 유일한 단점은…. 그 영화가 특정인물과 동일시 되어버린다는 것이라서 아마도 감독이 유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전작들의 캐스팅과 연기도 그러했다)

 

 

 

 

 

결론…

 

[국가대표]는 위와 같은 뛰어난 감독의 능력이 바탕이 있었던 반면,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힘은 전작들과 비교할때 오히려 퇴보된 느낌을 준다.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고 카메오의 역할도 무리가 없었지만 너무나 많은 인물을 한꺼번에 용해시키려는 욕심이 과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성동일 딸내미의 역할은 최종 편집본에서 보여주지 못한 뭔가가 있다고 해도 아쉬움이 크다.) 그 외에도 기술적인 결함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길게 얘기할 거 없이, 경기장면 이전의 드라마는 범작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었음에도, 이 영화가 높은 관객 지지도를 얻어내고 글쓴이가 [수작]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위에서 거론한 효과가 제대로 기능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

 

 

P.S >

 

현존하는 우수한 감독중 김용화 감독의 특징은 비용대비 투자 수익 측면에서 최고의 감독이라 생각한다. 내가 제작사면 장기계약 하겠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