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안전보장부터 챙겨라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9개월 만에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이 이뤄졌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이번 실무회담은 북한이 먼저 제의했고 그동안 책임 있는 당국자 간 논의를 강조해온 우리 정부가 북한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을 내각 소속으로 받아들여 어렵게 성사된 첫 금강산 실무회담이다. 그런데도 후속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된 것은 북한이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조속한 관광재개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금강산 관광 재개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북한이 남북 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원한다면 달라진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금강산 관광 등이 재개되려면 우리 정부가 내놓은 3대 선결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 사고 현장을 방문해 피격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책 마련과 전반적인 남북 출입ㆍ체류 보장을 위한 제도화가 바로 그것이다.북한은 지난해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박씨 사건의 재발방지를 약속한 점을 들어 별도의 신변안전 보장장치를 마련하는 데 난색을 표했다.3대 선결조건은 이미 해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과실만 챙기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면 관광재개는 물론 향후 남북관계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의 제도화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금강산 관광만으로 5억달러 가까운 돈을 챙겼다. 아직도 국내외에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관광을 이유로 현금을 건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북한은 우리가 요구하는 3대 선결조건을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현재 적용되고 있는 출입ㆍ체류 합의서를 보완해 우리 국민이 위법 혐의로 조사를 받을 경우에도 접견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 받고 조사기간도 명시적으로 제한을 둬야 한다. 사건ㆍ사고 대처와 민원처리 등을 위해 당국자 간 상시협의체인 출입체류공동위원회와 금강산관리위원회 등을 두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협의기구 운영은 남북출입과 관광객의 신변보장 등을 담보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